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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살고 싶은 집(박 노해 詩)

내가 살고 싶은 집(박 노해 詩)


 


내가 살고 싶은 집은


작은 흙마당이 있는 집


 


감나무 한 그루 서 있고


작은 텃밭에는 푸성귀가 자라고


낮은 담장 아래서는 꽃들이 피어나고


 


은은한 빛이 배이는 창호문가


순한 나뭇결이 만져지는 책상이 있고


낡고 편안한 의자가 있는 집


 


문을 열고 나서면


낮은 어깨를 마주한 지붕들 사이로


구불구불 골목길이 나 있고


봉숭아 고추 깻잎 상추 수세미 나팔꽃 화분들이


촘촘히 놓인 돌계단 길이 있고


 


흰 빨래 널린 공터 마당에


볼이 발그란 아이들이 뛰놀고


와상 한켠에선 할머니들이


풋콩을 까고 나물을 다듬고


 


일 마치고 온 남녀들이 막걸리와 맥주잔을 권하는


그런 삽상한 인정과 알맞은 무관심이 있는 곳


 


아 내가 살고 싶은 집은


제발 헐리지 않고 높이 들어서지 않고


돈으로 팔리지 않고 헤아려지지 않는


모두들 따사로운 가난이 있는 집


석양빛과 달빛조차 골고루 나눠 주는


삶의 숨결이 무늬진 아주 작고 작은 집


 +왜 나만아파트 시러하지 ㅠㅠㅠㅠㅠ